봄철 아주 잠깐 먹을 수 있다는 실치를 먹으러 당진 장고항으로 향했다. 당진 장고항은 실치로 아주 유명하다. 그래서 그런지 장고항으로 들어가는 차도 많았고 길도 막힌다.
실치는 베도라치의 치어(태어난 지 1년 미만의 어린 새끼)이다. 멸치의 새끼도 아니고 뱅어포를 만드는 어종도 아니다. 뱅어, 멸치, 실치는 모두 다른 어종이다. 5월이면 실치에 뼈가 생겨서 회로 먹기 나쁘다고 해서 4월에 잠깐 맛볼 수 있다고 한다.
겨울에 날씨가 따뜻했던 탓에 실치 잡히는 시기도 열흘이나 빨라져서 일까?! 아직 실치 축제 기간도 아닌데 장고항으로 들어가는 차가 즐비하다. 우리는 차를 돌려 어부마을이라 불리는 마섬포구로 향했다.
크진 않지만 A동, B동, C동으로 구분되어있다. 상권이 집중되어 있으면 가격은 동일할 것이고 메뉴도 크게 차이 나지 않다는 걸 알기에 그냥 C동에 위치한 영훈네 횟집으로 들어갔다.
가게 안도 크진 않다. 정확히 세어보진 않았지만 좌식 테이블 10개 정도와 가게 밖으로 비닐이 쳐진 곳에 입식 테이블 4개 정도가 있는 거 같았다. 비좁고 사람도 많고 너무 불편했다.
영훈네횟집의 메뉴판이다. 우리는 메뉴판을 보고 딱히 고민하지 않았다. 제철인 실치와 쭈꾸미 샤브를 먹기로 했다. 실치는 1kg에 40,000원, 쭈꾸미는 1kg에 60,000원이다. 절대로 싸지 않은 가격이다. 실치는 작년보다 만원 비싸게 받는다. 작년보다 어획량도 20%나 증가했는데 왜 가격은 더 오르는 걸까? 쭈꾸미도 비싼 편이다.
기본 셋팅은 위의 사진과 같이 차려진다. 삶은콩, 해파리냉채, 번데기, 피조개, 과일 샐러드, 가자미 조림, 가자미 무침, 쌈장, 고추, 마늘, 고추냉이. 그리고 사진에는 없지만 메인 메뉴가 나오기 전에 해삼, 멍게, 산난지가 나온다. 가격에 비해 나쁘지도 좋지도 않다. 맛은 그냥 그렇다.
가게 밖, 수족관 옆에 실치가 위의 사진처럼 놓여 있다. 보기엔 그냥 작은 생선으로 보인다. 멸치처럼 보이기도 한다. 원래 실치의 쌉쌀한 맛과 비릿한 맛 때문에 좋아하진 않는다.
주문한 실치가 나왔다. 반 정도 먹고 난 후에 사진을 찍었다. 아줌마 직감으로 봤을 때 이게 1kg이 맞나 싶을 정도로 양이 적다. 실치 먹으로 당진 마섬포구까지 2시간을 걸려서 갔는데 시시콜콜 싸우면서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아서 그냥 먹긴 먹었다. 실치 위에 참기름이 살짝 뿌려져 있는 거 같았다. 역시나 비린 맛이 나지만 야채와 함께 초장에 버무려 먹으니 나쁘지 않았다. 초장에 버무려진 실치와 야채를 한 입 넣고 먹으니 부드러운 식감이 좋고 약간 씁쓸한 맛과 초장의 매운맛이 남는다. 익혀 먹으면 어떤 맛일지 궁금하다. 포장해서 집에서 전도 해먹고 국도 끓여먹고 싶지만 날도 덥고 별로 친절하지 않은 서비스와 비싼 가격에 포장은 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쭈꾸미가 크고 1kg에 8마리였다. 쭈꾸미 머리에는 흔히 쌀밥이라 불리는 알이 들어있는 것도 있었고 없는 것도 있었다. 살짝 데쳐서 야채와 함께 와사비 간장에 찍어 먹으면 부드럽고 맛있다. 사실 작은 쭈꾸미가 더 부드럽고 맛있는데 주문할 때 미리 작은 쭈꾸미로 달라고 말했어야 했는데 깜빡하고 말았다.
마섬포구에는 라포르텔이라는 민박집 건물이 크게 보여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주변에 숙박업소도 몇 개 있어서 술 먹고 운전할 수 없는 상황에도 문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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