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봉틀 입문자, 미싱을 살까 말까 고민이라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경험담
취미로 미싱을 시작한 지 벌써 5년이 다 되어 간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갔는지 모르겠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싱을 취미로 시작하길 정말 잘한 것 같다.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재밌고 보람도 느낀다.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미싱을 할까 말까 고민이라면 '당장 시작해라'라고 말 할 것이다. 물론 취미가 적성에 맞아야 재밌겠지만 적어도 난 적성에 잘 맞는 것 같다. 다만,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재봉틀 입문자라면 그다지 좋은 미싱을 사지 않고 비교적 저렴한 작은 미니 재봉틀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5년 전 유튜브를 보면서 재밌는 취미를 찾았다. 미싱으로 몇 번 박음질하면 바지가 뚝딱. 원피스가 뚝딱 만들어지는 영상을 봤다. 오호라~ 참 재밌어 보였다. 특별히 강의를 듣거나 배우지 않아도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혼스 미니 재봉틀이라는 작은 미싱을 덜컥 샀다. 가격도 꽤 저렴했다. 그러나 미싱을 단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나. 재봉틀 설명서에 의존해서 미싱을 시작했다.
포부도 대단했다. 소품 보다는 무조건 옷을 만들겠다며 다이마루 종류의 원단만 잔뜩 샀다. 그때는 다이마루, 스판, 싱글 등 옷을 만드는 신축성 있는 원단이 재봉하기 얼마나 까다로운지 몰랐다. 아무래도 '무식하면 용감하다.'라는 말이 이래서 나오지 않았나 싶다.
딱히 재봉틀을 가르쳐주는 학원도 없고 그나마 재봉틀을 배우려면 문화센터에 가야 된다. 집콕 취미를 배우러 밖으로 나가는 일은 꽤 귀찮은 일이다. 미싱을 배우기 위해 유튜브 영상을 검색했다. 역시 고수님의 유튜브 영상은 참 쉽고 빠르게 예쁜 옷이 완성된다. 그러나, 내가 본 유튜브 영상도 많은 시간에 걸쳐 편집되어 올라왔다는 사실을 그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폭풍 경험담을 시작하자면...
1. 패턴 베끼기 귀찮음.
옷을 만드려면 패턴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종이 패턴을 베끼던 옷을 대고 그리던 패턴 베끼기 작업을 꼭 해야 한다. 그러나 이 작업이 얼마나 지루하고 귀찮은 일인지 그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2. 패턴 정리 안됨.
부직포에 옮겨 그리고 오려둔 패턴은 또 사용할 확률이 매우 높다. 그래서 모으기 시작했는데 그 양이 어마무시하다. 그래서 요즘엔 바인더에 넣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 곧 바인더도 터질 듯 부풀었다. 패턴 정리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모으다 보면 양도 많아지고.
3. 원단에 패턴 그리기도 귀찮음.
원단에 패턴 그리는 일도 매우 지루하고 귀찮다. 빨리 내가 생각한 옷을 만들어야 되는데 패턴을 그리다 보면 시간은 계속 흐르고 옷을 만드는 속도는 더디게만 느껴진다. 아이들 하원 전까지 패턴까지 다 그리고 정리해야 되는데... 항상 시간이 부족함.
4. 가위질도 손 아프고 귀찮음.
재단 가위는 생각보다 크고 무겁다. 진짜 그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가위다. 사실 원단 자르는데 꼭 재단 가위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러 가위를 사용해 본 결과 재단 가위가 확실히 재단이 잘 된다. 원단도 흔들리지 않고. 하지만 무거워도 너무 무겁다. 손도 아프고.
5. 원단 정리 안됨.
난 웬만하면 원단을 모으지 않는 편이다. 되도록이면 사둔 원단은 거의 소비하는 편인데 원단이 쌓인다. 색깔별로 시보리만 모아도 한가득이다. 아우~ 미쳐 진짜!! 이제 더 이상 쌓아 올릴 장소도 없다. 집이 좁다. 좁아.
"자기야, 이사 가자!"
6. 실 갈아 끼우기 겁나 귀찮음.
밑실과 윗실만 사용하는 재봉틀 즉, 본봉은 실을 갈아 끼우는 일이 그렇게 번거스럽진 않다. 하지만 오버록 실 갈아 끼우려면 정말 오래 걸린다. 거기다 실을 잘못 끼워서 재봉이 안 되면 더욱더 피곤해진다. 요즘 실 끼우기가 익숙해져서 금방 끼우긴 하지만 그래도 갈아 끼우기 귀찮다.
7. 실 정리 안됨.
있는 실도 다 사용하지 못하고 있고 실도 많고 정리도 안되는데 또 필요한 실이 생긴다. 그럼 또 사고, 사고, 사고, 또 산다. 이러다 곧 미싱 공장 차리겠음. 가끔 있는데 모르고 또 살 때도 있곸ㅋㅋㅋ
8. 원단 쓰레기 많이 나옴.
위의 사진은 쓰레기가 적게 나온 날이다. 사실 원단이 두껍고 같은 옷을 여러 벌 만드는 날이면 미친다. 쓰레기봉투에 이렇게 남은 원단을 버려도 되나 싶기도 하고.
9. 다림질 귀찮음.
구석에 처박힌 다리미. 다림질을 하면 확실히 재봉틀 하기도 편하다. 특히 목둘레, 소매 둘레, 밑단은 최대한 다림질을 하는 게 미싱 하기 편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재봉틀이 익숙해지면서 다림질을 하지 않게 됐다.
10. 엄청난 먼지가 발생함.
나의 오버록 미싱에 쌓이는 원단 먼지들이다. 이 먼지들이 미싱에만 쌓이지는 않는다. 날리고 날려서 집안 곳곳에 쌓인다. 아이들이 뛴다면 먼지는 더욱더 신명나게 날린다. 빌어먹을!!!
11. 집이 점점 좁아짐. 작업 공간이 여유롭지 못해서 답답함.
옷을 만들다 보면 작업공간의 협소함을 느낀다. 좁다. 좁아.
"자기야. 이사 가자!!!"
12. 자꾸 사고 싶은 부자재들이 늘어남. 부자재도 정리 안됨.
부자재는 사다 보면 끝이 없다. 사용하지도 않는 부자재가 수두룩. 하지만 있으면 분명 써먹을 일이 있으리라 믿는다. 그러고 또 사고, 사고, 사고, 사고.
13. 무릎이 아픔.
이렇게 쭈그려 않아서 작업을 하다 보면 무릎이 아프다. 아직 내가 무릎이 아플 나이는 아닌데 아프다. 사실 난 만삭일 때도 미싱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했나 모르겠다. 굴러다니면서 했나?!
푸하하하~ 웃기다. 적고 보니깐 꽤 귀찮고 번거로운 일들이 많다. 이렇게 귀찮고 번거롭고 집도 지저분해지는데 5년 동안 계속 미싱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재밌다. 내가 만든 옷이 완성되었을 때 그 희열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거기다 예쁘고, 편하고, 재봉질도 꽤나 잘해서 퀄리티까지 좋다면 금상첨화다.
이 글을 마치며...
처음엔 나도 재봉틀 입문을 위해 미싱을 살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부담 없이 시작하고자 저가형 혼스 미니 재봉틀을 샀다. 그리고 점점 옷의 완성도가 높아질수록 재밌어지는 마법이 있다. 장비 빨, 템빨을 느끼며 점점 더 많은 것을 사들이게 되고 일은 점점 커진다. 위의 쓰여 있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경험담을 다 겪고도 계속하는 이유는 정말 생각보다 엄청 재밌다.
재봉틀 입문자에게 미싱을 살까 말까 고민이라면?
미싱 취미로 '정말 재밌고 유익한 취미가 될 것'이라는 얘기를 정말 길게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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